백설희 - 봄날은 간다
1953년 한국전쟁이 막 끝나고 유니버살레코드 첫번째 작품으로 발표된 곡이다.
백설희는 1943년에 데뷔하지만 어찌보면 이 곡이 실질적인 데뷔곡처럼 되었다.
손로원 작사 박시춘 작곡의 4/4 박자 곡으로 원래 3절 가사로 만들었으나 녹음 시간 때문에 2절을 빼고 1, 3절 가사만으로
녹음되었던 곡이다.
이곡의 가사는 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현대적으로 보면 잘 못 이해하고 넘어갈 부분이 간혹 있기 때문인데 우선 연분홍치마을
입은 19살 여인이 이 노래의 화자이자 주인공이다.
1절에서 "옷고름 씹어가며"는 조금은 수줍은 마음이기는하나 무엇인가 마음에 내키지않거나 조바심이 일어 저고리 옷고름
끝은 잡고 희롱하다가 마침내는 입에 물고 잘근 거리는 모습.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길"에서 산제비는 제비가 아니라 "산제비나비"를 말하며 나비 중에서 색감이 짙고 크기가 커서
너풀거리는 모습이 아름다운 큰 나비이다. 5~6월, 7~8월에 나와 중나리, 곰취, 무궁화, 자귀나무꽃 등의 꿀을 빤다.
2절에서 "꽃편지 내던지며"는 편지를 던진다는 것이 아니라 꽃나무가 꽃잎를 떨군다는 표현을 시적으로 한 것으로 봄날이 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은유이다.
또한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길"에서 청노새는 새가 아니라 어린 노새를 이르며 주로 보부상들이 노새에 방물을 싣고 다녔는데
노새 목에 방울을 달아 걸을 때마다 짤랑대는 소리가 나도록 하였다.
청노새가 짤랑대는 일은 흔히 장날에 있던 일이니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1936)"에서 처럼 장날 장에 나갔다가 만난 사내를
흠모하여 그리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3절에 나오는 "앙가슴"은 가슴의 중앙 부분으로 가슴이 답답할 때 치는 부위를 말한다.
이 노래가 세상에 나온 후로 지금까지 이 노래를 부른 가수는 참 많다.
이미자, 조용필을 위시해서 은방울자매, 배호, 하춘화, 나훈아, 윤복희, 조미미, 최헌, 김도향, 투에이스, 이은하, 자우림의
김윤아, 심수봉, 김지애, 방주연, 백승태 외의 수많은, 거의 모든 대한민국의 가수들이 부른 노래이다.
백설희의 노래로 들을 때의 느낌과 장사익, 한영애, 김정호의 느낌이 너무도 다르게 느껴지는 곡.
백설희와 이미자의 노래로 들을 때는 가수가 주인공이 되어 가는 봄 날을 아쉬워하는 19살 시골 처녀의 아련한 그리움이
일렁였다면, 가장 한국적이라는 장사익에서는 처철한 봄의 아픔이 연상되고, 김정호는 더욱 쓰린 아픔은 제3자의 입장에서
안타까운 광경을 목도한 듯 부른 곡들이다. 모두 감동이 있어 노래를 들은 후 얼마간은 진한 여운이 남는다.

백설희 - 봄날은 간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열아홉 시절은 황혼 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앙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출처] 가요(5060)/봄날은 간다 - 백설희|작성자 첫발자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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