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현과 벗님들 - 집시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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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 낭만 가요

이치현과 벗님들 - 집시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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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현과 벗님들 - 집시여인    1988 가요톱10




시련의 시간들이었다. 해체위기도 몇 번이나 있었다. 멤버도 수도 없이 바뀌었다. 심지어 3집을 내놓을 무렵에는 초창기 멤버는 이치현 한 사람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3집부터 김준기 등과 함께 하게 되었지만 이후로도 계속 멤버는 들락거리고 있었다. 위기는 계속되었다. 5집에서 '사랑의 슬픔'이 대히트를 기록하기까지.

 

서로 갈라서게 된 사정이야 나로서도 잘 알지 못한다. 당사자들이 굳이 그 이야기를 꺼내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유추할 수 있는 것은 이치현이 먼저 김준기를 찾아가 화해를 시도한 것으로 보아 이치현에게 조금 더 책임이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말했듯 벗님들에서 초창기 멤버는 이치현 한 사람 뿐이었다. 이치현만이 홀로 남아 벗님들이라는 이름을 지키며 새로운 멤버를 영입해 활동을 이어온 것이다. 어려울 때야 아무것도 없으니 고생도 함께 나눌 수 있다. 그런데 나눌 것이 커진 뒤라면 어떨까?

 

더 고약스러운 것은 그것을 더구나 뒤에서 부추기는 사람들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밴드가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밴드가 성공을 거두면 더 큰 이익을 위해 밴드를 해체한다. 밴드불모지인 한국에서 밴드로서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은 무슨 뜻이겠는가. 밴드가 아니면 더 큰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밴드는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런데 굳이 밴드여야 할 필요는 없다. 백밴드는 차라리 비용이 싸게 먹힌다. 목소리 큰 여럿보다는 한두사람 정도가 관리하기도 좋다. 멤버를 빼오려 할 때는 말할 것도 없다.

 

5집까지의 벗님들이 이치현을 중심즈로 모인 하나의 팀이었다면, 이치현과 벗님들은 이름 그대로 이치현 자신을 위한 개인밴드였다. 팀에서의 위치나 음악적 지분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만큼 이치현은 더 편해졌다. 반면 김준기를 비롯 기존의 멤버들은 벗님들 6집 88벗님들을 통해 자신들이야 말로 진짜 벗님들임을 주장하고 나서고 있었다. 재미있지 않은가. 벗님들 멤버 6명이 5대 1로 나뉘어 서로 벗님들의 이름으로 음반을 내고 있었다. 그리고 아다시피 벗님들의 정통성을 건 경쟁에서 승리한 것은 1인 이치현 쪽이었다.

 

그게 문제인 것이다. 벗님들이라 하면 이치현만 알지 나머지를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부활은 이승철의 밴드였다. 그나마 송골매는 구창모가 탈퇴하고도 배철수가 남아 있었다. 곡을 쓰기도 이치현이 주도해서 쓰고, 음악적 지분 역시 무척 컸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벗님들이 이치현 개인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다. 팀보다 개인의 이름이 커지면 팀은 깨질 수밖에 없다. 굳이 팀이 아니어도 된다면 그만큼 유혹에 취약해진다. 많은 팀들이 그렇게 핵심멤버를 빼앗기고 해체되거나 수면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나마 벗님들의 이름으로 자기들의 존재를 주장하며 경쟁한 것은 이들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이치현 자신도 회상한다. 당시 자신이 너무 오만했다. 그리고 너무 서둘렀다. 집시여인에 대한 아쉬움도 피력했다. 진심이 담겨야 하는데 단지 성공을 위해 너무 급하게 썼다고. 그래도 명곡이다. 이치현다운 좋은 노래다. 이치현의 아쉬움은 어쩌면 노래보다는 벗님들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었을까. 어려운 시간을 함께 보냈고,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다시 보지 못할 사이가 되어 버린 동료들에 대한. 아직 한참 젊었을 적의 이야기다.

 

확실히 가사는 그다지 내용이 없다. 어떤 진심도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탐미적이다. 가사와 멜로디 자체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대중적인 아름다움이다. 상투성은 대중문화의 줄기다. 하지만 그래서 히트했다. 쉽다. 간결하다. 직설적이고 직관적이다. 멜로디와 가사가 어우러지며 이미지를 만든다. 쓸쓸한 노래다. 이치현의 목소리는 사람을 무척 쓸쓸하게 만든다. 도시의 밤과도 같은 목소리다.

 

어렸을 적 참 상처가 되었었다. 좋아하는 팀들은 항상 깨지곤 했었다.

어느 순간 보면 팀이 깨져 아예 사라져버리거나, 혹은 전혀 생소한 멤버들과 낯선 모습으로 돌아오고는 했었다.

 

그나마 이치현은 벗님들이라는 이름은 그대로 가지고 갔으니까. 그러나 이내 실망은 분노로 바뀌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요즘도 아이돌그룹 해체한다고 하면 그 팬들의 반응이 꽤나 격렬할 것이다.

 

그것도 인기있는 멤버 한둘만 따로 나가서 솔로로 독립한다 한다면. 아니면 한둘만 남고 나머지를 모두 교체한다. 과연 어떨까?

 

그 뒤로 벗님들이 어떻게 되었는가는 나 자신도 모른다. 관심밖이었다. 노래는 좋았다.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따라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벗님들이 이치현과 벗님들이 되는 순간 관심은 멀어졌다. 대중들 앞에 그다지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다.

그냥 추억만이 남는다. 당시 어땠을까?

 

물론 팀이 깨지고 뭉치고 하는 것은 밴드에 있어 일상다반사다. 어렸을 뿐이다. 그만큼 밴드를 좋아했다.

좋아하는 팀들이었다. 그래서 그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트라우마처럼 남아있다. 지금이야 그러려니 한다.

어디서나 흔히 있을 수 있는 일들이다. 기억을 떠올린다. 그때는 그랬었지. 오래되었다.

 

 

 

 

 

 

 

 

짚시여인 - 이치현과 벗님들

 

그댄 외롭고 쓸쓸한여인 끝이없는 방랑을 하는
밤에는 별따라 낮에는 꽃따라 먼길을 떠나가네
때론 고독에 묻혀있다네 하염없는 눈물 흘리네
밤에는 별보며 낮에는 꽃보며 사랑을 생각하네

 

내마음에도 사랑은 있어 난 밤마다 꿈을 꾸네
오늘밤에도 초원에 누워 별을 보며 생각하네
집시 집시 집시 집시여인
끝이없는 방랑을 하는
밤에는 별따라 낮에는 꽃따라 외로운 집시여인

 

때론 고독에 묻혀있다네 하염없는 눈물 흘리네
밤에는 별보며 낮에는 꽃보며 사랑을 생각하네

 

내마음에도 사랑은 있어 난 밤마다 꿈을 꾸네
오늘밤에도 초원에 누워 별을 보며 생각하네
집시 집시 집시 집시여인
끝이없는 방랑을 하는

 

밤에는 별따라 낮에는 꽃따라 외로운 집시여인
집시 집시 집시 집시여인
끝이없는 방랑을 하는
밤에는 별따라 낮에는 꽃따라 외로운 집시여인
외로운 집시여인 외로운 집시여인 외로운 집시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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